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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e, 어릴 적 추억의 영화가 커서 보니 남다르다.

〃KID〃 2020. 3.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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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E라는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겠지

작은 몸뚱이에 쓰레기를 치우는 월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픽사에서 제작하고 디즈니에서 배급한 영화였는데, 어릴 적에 굉장히 명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첫째 아이가 언제부턴가 만화영화를 좋아하면서 개인적으로 뽀로로, 타요 이런 부류보다 조금 더 작품성(?)이 있는 만화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애시당초에 영화로 만들려고 나온 작품과 만화로 나왔다가 잘되서 영화가 된 케이스에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그리고 디즈니와 픽사의 내공이 또 장난이 아니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보려고 틀어둔 듯이 보고 있으니 어느샌가 우리 아이도 내 옆으로 쪼르르 다가와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요새는 하루에 한 번 꼭 이 영화를 보여달라고 한다.

"아빠 로봇친구 틀어줘!"

 

2008년도 영화인 Wall-E는 개인적으로 후속작이 왜 안나오나 싶을 정도로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영화의 내용은 대단히 특별한 부분은 없다.

머나먼 미래에 우리 인류는 지구를 굉장히 더럽게 썼으며, 그 결과 인류는 쓰레기 청소 로봇에게 지구 청소를 맡기고, 우주를 항해하다가 지구가 괜찮은지 알아보러 지구에 온 우주 탐사 로봇과 지구를 청소하고 있던 쓰레기 로봇이 서로 애정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덤으로 인류는 지구를 복원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어있다.

 

많은 사람들, 특히 과학쪽에 관심이 많거나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이 영화의 오류에 대해서 많은 지적들을 하고는 한다.

전자석은 떼낼 수 없어, 그리고 전기가 없다며 어떻게 저게 작동해?

머리에 있는 회로가 불타기 때문에 우주선 밑에 굴을 파고 들어갔어도 월이는 고장이 나야해 등등 많은 오류를 이야기한다.

 

나는 위의 내용과는 다른 관점으로 이 영화는 나에게 불편한 영화이다.

우리는 많은 과학의 발전을 이뤄 편안한 삶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삶 안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자연을 파괴하고 있을까?

지금 한 밤중에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컴퓨터라는 물건이 있기에, 키보드가 있으니까, 불이 들어오는 방이 있으니까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내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자연이 희생되고 있을까?

나는 과격하게 환경을 보호해야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은 지구에게 폐를 끼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베이스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내가 이 영화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결국 그들은 과학의 발전을 통해 지구를 쓰레기취급하고 우주선을 타고 도망가버린다.

대신 그동안 지구를 청소할 월이(Wall-E)라는 로봇을 만들고, 또 우주선 안에 이브(EVE)라는 자연탐사로봇을 만들어서 새로운 개척지를 찾아나선다.

이렇게 인류는 로봇들에게 모든 것들을 맡긴 후 그들은 우주선 안에서조차 걷는 것이 싫어서 앉아서만 다니는 기계를 개발했으며, 결국 그들은 로봇없이는 살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런 인류가 식물을 찾아냈다고 해서, 지구에서 다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해서, 그들이 꼭 그렇게 할 권리가 있냐는 것이다.

 

중간 이후부터 내용을 보면 우주선의 파일럿인 오토(Auto)는 인류를 다시 지구로 보내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물론 옛날 대통령의 명령이 있었기에 그랬겠지만, 과연 그 행동을 악으로 정의할 수 있냐는 것이다.

자기들이 버린 지구가 다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자 다시 지구로 돌아가려는 지구인들과 그들을 막으려는 로봇들

과연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일까?

픽사의 제작진들은 혹시 이것조차 속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와는 다르게 영화 자체의 평점은 높게 쳐주고 싶다.

스토리도 좋았고, 그래픽도 좋았고, 우리 아이도 좋아했다.

틈만 나면 "아빠 로봇 보고 싶어!"라고 말 할 정도로 월이를 좋아했으며, 한글로 더빙된 월이를 보면서 말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불량 로봇 멈춰!" 이런다던가...

로봇이 주가 되는 영화라 대사가 많지 않고 그림으로 이해하는 부분이 많아서 아이도 쉽게 보는 것 같다.

 

이 영화가 2008년도 영화로 검색을 해보면 아직도 팬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2020년, 이 영화가 후속작이 나올 가능성은 없겠지?

이 IP가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왜 디즈니, 픽사는 후속작을 만들지 않았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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