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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감독 봉준호와 배우 송강호가 결국 일을 냈다.

〃KID〃 2020. 2. 16.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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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위상이 얼마나 더 높아지려고 이러나.

국뽕코인을 타고싶지 않아도 국뽕코인을 자꾸 타게 만드는 자랑스러운 이름들이 있다.

인터넷이고, TV고 아주 기생충때문에 난리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물론이고 외국의 유명한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어버린 탓에 상업성과 예술성을 다 잡는 한국영화라는 인상을 깊게 줘버렸다.

이젠 흑백버젼으로 다시 만들어낸다고 한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기생충에 열광한 것일까?

얼마나 재미있길래?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래서 나도 봤다.

남들 다 본 영화, 이제서야 봤다.

그리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극찬하는지 어느 정도는 알게 된 느낌이다.

 

반지하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한번도 반지하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사실 잘 모르겠다.

화장실의 물을 내려가게 하기 위해서 계단을 설치하고 그 위에 변기를 설치하다니, 어떻게 보면 참 악착같이 사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창의적이라고 해야될지...

와이파이가 터지질 않아서 이 곳에서 와이파이를 잡는 기우(최우식 분)와 기정(박소담 분)을 보면서 참 이 한 화면안에 많은 것을 담아냈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이 장면뿐 아니라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봉준호 감독은 장치를 여럿 걸어놨다.

당장 이 장면만 해도 다른 사람의 와이파이를 끌어다가 쓰기 위해 최대한 높은 곳에서, 2014년에 나온 구형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인터넷을 보는 모습. 더군다나 그 높은 곳의 위치가 좌변기라는 점을 보며 이들에게 돈이란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엄청난 부자의 삶은 또 어떨까?

이것도 잘 모르겠다.

난 부자가 아니니까

이들은 본인들의 호화스러운 삶에 걸맞는 친구들을 만나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자신의 집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을 내칠 수 있는 힘이 있다.

돈 때문에 어려운 일은 없다.

사람 부리는 것도 쉽게 하고, 부부 금슬도 좋다.

돈의 힘이 어디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자본주의사회에서 그들이 가진 영향력은 꽤나 크다.

 

이 영화는 이 부잣집에 기우, 기정이 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점차 이들의 삶에 침범하는 영역을 점점 넓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이 기생충인 이유는 그게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여태까지 많은 영화를 보면서 돈 많은 사람들을 악인취급하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선량한 사람으로 취급했었다.

그리고 그게 우리 머릿속에 뿌리깊게 박힌 인식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봉준호 감독은 그 인식을 흔들어놨다.

돈이 없다고 착한 것도 아니였고, 돈이 많다고 악한 것도 아니였다.

그냥 그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일 뿐이었던 것이다.

봉준호 감독도 외국에서 인터뷰를 할 때 이런 뉘앙스의 말을 했다.

"그렇죠, 이 영화에는 그렇게 악당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이 안생긴 것도 아니죠."

이 영화의 대단한 점이 이런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냥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인데, 결국 부딪히는 일이 생겨버리고, 그 안에서도 모든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한다.

누군가는 사랑을 찾아 행동하고, 누군가는 자존심을 찾고, 누군가는 복수를 하고, 누군가는 가족을 지키려고 하고

 

참 영화가 진지할 땐 진지해지고, 웃길 땐 웃길 줄 아는 영화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 이 영화에서 모든 일의 시발점이자 악당은 박서준이다.

"대학와서 술 쳐먹는 XX끼들보다 너가 더 잘 가르칠껄?"

이 한마디만 없었어도 이 모든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테니.

그런데 이것마저도 생각해보면 나쁜 생각으로 한 말이 아니네.

거참, 옛날에 올드보이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적이 있고 그 다음에 추격자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기생충은 다른 의미로 묘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게 날 너무 혼란스럽게 한다.

 

뭐랄까, 어떻게 살아야 옳은 삶일까라는 질문에 이 영화는 그딴 건 없어라고 말하고 있는 기분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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